이달의 추천도서, 육사시집

2014. 3. 28. 09:50동구역사문화소식

이달의 추천도서, 육사시집


제목 : 육사시집 

지은이: 이육사

출판사: 열린책들 


이 시집은 가로 세로가 13.5Cm, 15.5Cm인 작은 책이며, 이 시집의 텍스트는 1946년 10월 20일에 발행 된 『육사 시집』의 초간본을 반세기가 훌쩍 지나 2004년에 한국대표 시인 초간본 총서 중 한 권으로 발행 한 것이다.  



(사진설명. 1946년 서울출판사에서 간행한 이육사의 시집. B6판. 육사가 죽은 지 2년 뒤에 아우 원조가 시작품을 모아 엮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시간을 과거로 보내는 기분이었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막 해방을 맞았지만,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던 그 시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이육사 시인이 죽고 이년 후에 신석초, 김광균, 오장환, 이용악이 이육사의 시를 모아 한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가 쓴 시는 스무여 편이다. 그러나 시집 편찬자들은 시의 수효가 적은 것을 고인의 생활이 신산하였기 때문이며, 작품의 애절함도 그런 까닭이라고 한다. 그의 생전 친우들이 산존(散存)한 원고를 눈물로 모아 낸 책이라고 적혀있으니 『육사 시집』은 유고시집인 것이다.







이육사 시인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고, 스물한 살부터 형과 동생과 함께 독립운동을 하면서 수없이 투옥을 당하다 결국 북경 옥리에서 돌아가셨다. 그렇게 젊은 나이로 사망한 한 사람의 시인이 조국을 위해 살다 간 흔적이라도 남기고 싶은 살아남은 자들의 눈물이 만든 유고시집이리라. 그가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이 삼십 넘어서라 하니 시를 빙자해 혁명적 열정을 시 속에 담고 또 담아 시대를 불평도 하고 꿈을 꾸었던 시절이라 해야 겨우 십여년이라고 한다.


이 작은 시집 속 스무 편의 시를 읽다보면 그가 일제강점기의 조국을 생각하면서 쓴 시의 절절함과 선비의 단아함과 고상함이 엿 보인다. 그렇듯 이육사의 시를 꼭 망국의 설움, 독립의 쟁취, 고향의 그리움 등의 시대적 상황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 사십 평생 중 반평생을 조국 독립에 바친 정치적인 인생이었지만, 시작활동에 있어서는 이퇴계의 14대 손으로 한학을 배우면서 선비로써 갖추어야 할 덕목이 싯귀의 고상함으로 표현 되었다. 이러한 귀족적 분위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살펴 주는 것 같아 좋았다. 


이육사 시는 일부러 독립을 생각하지 않아도 「절정」에 이르러서는 겨울이 강철로 된 무지개처럼 보이거나, 「소년에게」는 거리를 쫓아다녀도 분수(噴水) 있는 풍경 속에 동상답게 서보라고 하는 시인의 기백이 나타나 있다. 또한 선비의 단아함이 시 속에 스며있어 「청포도」가 익는 7월의 마을을 떠오르게 하고, 그 시인의 「황혼」이 오월의 골방처럼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시인은 「파초」처럼 천년 뒤 가을밤에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 보고 싶을 만큼 독립된 조국의 밤을 기다리다 먼 타국에서 운명을 달리 했던 것이다. 


이 시집의 시간은 과거에 있으나 오늘날의 일본은 침략만행을 부인하고 싶어 안달이다. 연일 돌아가면서 대서특필로 망언에 망언을 대 놓고 하는 걸 보면 망조가 들어도 단단하게 들었다. 하지만 엊그제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던 3․1절을 기념했는데도 독립운동으로 한 평생을 보낸 분들에게 무언가 죄송한 마음이 든다. 왠지 지켜내지 못한 것 같은 마음이 자꾸만 들기 때문이다. 


심현빈 기자 liebebin@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