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3. 27. 18:08ㆍ동구역사문화소식
재능기부
시인 김학균
재능(才能), 풀이대로 한다면 ‘재주가 능한 것’을 말한다. 기부(寄附)는 곧 줄 기에 줄 부다. 허니 ‘재주를 준다’는 말이 재능기부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는 풀이가 된 듯 하지만 이 시대의 ‘재능기부’에는 무언가 못미치는 것 같다.
개인이 가진 전문성을 발휘해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봉사활동을 말하며 초창기엔 각 분야의 전문가가 전문지식과 기술을 이용해 벌이는 봉사활동을 뜻했지만 지금은 전문가에게 한정하지 않고 일반인의 재능을 통한 봉사활동까지 포함하는 의미로 쓰이는 것이 오늘날 ‘재능기부’의 정의다.
(인천 동구 창영동 벽화골목)
(배다리 작은 굴다리 벽화)
본대로 느낀대로 말하면 그렇다. 어느날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학생들이 절반, 저마다 벽에 색을 입히고 있었다. 전문가가 보기엔 어린 학생들의 재능을 더 필요로 하는 때가 지금인 것 같다. 옛 속담에 의하면 ‘솜씨는 관(棺) 밖에 놓아라’ 한 것처럼 재능이 있는 사람들을 귀하게 대접한 면도 있지만 요즘에 어울리는 말로는 ‘메밀이 세 모라도 한 모는 쓴다’가 있다. 즉 신통치 않은 사람이라도 어느 한때는 요긴히 쓰인다는 말로 일반인들의 재능이 더 필요한 ‘재능기부’의 시대가 지금이다.
163만명이 동참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부3.0’시대가 도래하였다고 각종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했었지만 요즘 들어선 신통한 것이 없는가 보다. 재능기부에 나서는 사람들이 부쩍 줄어들어 시큰둥한 모양이다.
‘기부자의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들(단체)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으니 시큰둥 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만 이제는 재능기부가 아니라 ‘재능착취’ ‘재능갈취’란 말로 표현하는 기부자들의 불만이 있으니 왠일인지 모르겠다.
필자는 그림(문인화)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얼마전 황당한 일을 겪었었다. 전화를 걸어온 상대방은 벽에 그림을 그려달라는 것이었다. 그것도 한 문화단체로 이해할만한 사람들이 모인곳이건만 한사코 다 공짜 아니냐는 것이다. 재료비는 주어야 된다는 설명을 했건만 막무가내로 다 기부하라는 것이었다.
“예술한다는 놈이 돈부터 밝혀?”라는 뉘앙스를 주며 끊은 전화 후 왜 이렇게 속상한지 분노스럽기까지 했다.
필자만이 겪는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재능기부가 몇 번의 즐거움 뒤 않좋은 기억으로 남아 다시는 안한다는 결심으로 돌아서 낭패를 보는 일 허다한가 보다.
하물며 어느 지자체에서는 ‘벽화 재능기부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내고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없었던 일로 돌아선 이야기도 있었는 모양. 재능기부란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 형편이 않좋은 개인과 단체를 위해 자발적으로 제안하거나 기부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사회적기업이 네트워크하여 어루어지건만 예산이 있는 지방자치 단체가 기부를 요구하는 것은 정말 부적절한 처사임이 분명 지탄을 자초한 것이다.
자발성이 전제가 되어야함이 분명하고 무슨 캠페인 하듯 기부를 강요하는 것이 한참 왜곡 되있는것이 한탄스럽다. 정작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어선 안될 일이다.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재능기부란 이제 난감한 사항이 되버린 것 같다. 한 두번 하다보니 예술가들의 예술 노동은 공짜로 써도 되는 인식 그리고 작품의뢰는 사라지고 공짜라는 인식뒤 가난한 예술가들의 가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으니 왜? 이렇게 돼 가는지 도시 모를 일이다.
다 같이 즐기며 향유에 젖고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재능나눔, 재능기부 본연의 취지는 참으로 아름다운 것, 본연의 목적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사회각층의 지도자들부터 마음을 바꾸어야 할 일이다.
재능을 기부할 마음도 없는데 한쪽에서 마음대로 ‘기부’란 어음을 발행한 다음 결제를 요구하는 어불성설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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