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2. 11:30ㆍ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우아한 거짓말"
김려령 작가의 ‘우아한 거짓말’이 이한 감독, 배우 김희애, 고아성, 김향기, 김유정의 만남으로 한 편의 좋은 영화로 탄생했다. <우아한 거짓말>은 유언 한 마디 없이 죽은 14살 소녀 ‘천지’가 왜 세상을 떠났는 지를 알아가는 엄마 ‘현숙’과 언니 ‘만지’, 그리고 친구 ‘화연’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왕따의 문제를 풀어가는 시선이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분노보다는 용서에 초점을 맞추고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 중간 중간에 웃음을 넣어 영화는 무겁지 않다. 특히 천지 이웃인 유아인의 5:5 가르마와 그의 행동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다른 날과 변함없는 아침, 천지는 최신형 mp3를 사 달라고 평소답지 않게 엄마를 조른다. 전세금 올려주고 난 후에 사 주겠다고 약속하는 엄마 ‘현숙’은 마트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력 강하고 쿨한 성격이지만 자식에게는 언제나 마음 약하다. 언니 만지는 무뚝뚝하고 다른 사람일에는 관심없는 것 같지만 속이 깊다. 천지의 평소답지 않은 행동, 그것에 주목했어야 했다. 그러나 늘 말 잘 듣고 착한 딸, 동생이기에 그냥 넘어갔다. 언제나 잘 지내고 있다고 말을 하던 천지라서 눈치채지 못햇다. 그 우아한 거짓말에 그날 마침표를 찍을 거라는 것을 아무도 몰랐다.
왜 천지는 죽었을까? 남을 배려하고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깊은 천지는 왜 죽었을까? 그 이유를 찾던 만지는 동생이 준 빨간 털실을 풀다가 실패에 쓰여진 편지를 발견한다.
항상 부러웠던 우리 언니. 내가 멀리 떠나도 잊으면 안 돼. 사랑해. 언니. 다섯개의 봉인 실 중 그 두 번째.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만지는 엄마에게 남긴 편지도 확인한다.
먼저 가서 미안해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지내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안 그러면 내가 속상하니까. 사랑해요. 엄마. 다섯 개의 봉인 실 중 그 첫 번째.
뭔가 있다. 나머지 3개 편지는 어디에 있을까? 화연에게 남긴 편지를 찾아내고 그동안 천지를 왕따 시키며 괴롭힌 화연의 나쁜 행동이 드러난다.
너 참 밉다. 그래도 용서는 하고 갈게. 나는 가도 너는 남을테니까. 이제 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이제는 너도 힘들어하지 말기를. 다섯개의 봉인 실 중 그 세 번째
네 번째 편지는 만지의 친구 미란의 동생 미라에게 남긴 편지이다.
알아도 가슴에 담아둘 수는 없었을까?
가끔은 네 입에서 나온 소리가 내 가슴에 너무 깊이 꽃혔어. 그래도 용서하고 갈게. 처음 본 네 웃음을 기억하니까. 다섯개의 봉인 실 중 그 네 번째
천지와 친했지만 자신의 문제아 아빠와 천지 엄마가 사귀었다는 것을 알고 천지를 멀리하며 외롭게 했던 미라였다.
천지는 마지막 남은 가장 두툼한 실뭉치는 자신을 위해서 짜기로 하고 자신을 용서하고 떠나지 않으면 불쌍한 것 같아서 편지를 남긴다. 시립도서관 2층 일반교양 책장 구석 아무도 손대지 않는 책 사이에 끼워둔다. 같이 있어 외로운 것 보다 차라리 혼자 있어 외로운 것이 나았던 그곳에 아무도 모르게 흔적을 남기고 자신의 존재가 투명인간처럼 취급되지 않는 세상으로 날아갔다.
화연 역시 진정한 친구 한 명 없이 돈으로 친구들을 모아들였던 외로운 아이로 천지의 죽음으로 죄책감을 느끼고 잘못된 선택을 할까봐 만지는 화연을 지키기로 한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천지가 남긴 ‘용서’로 서로를 위하여 살아가기로 한다.
천지가 원했던 것은 우아한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어린 말이었다.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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