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책의 수도 인천, 이달의 추천 책 '위로하는 정신:체념과 물러섬의 대사 몽테뉴'

2014. 4. 28. 13:20동구역사문화소식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이달의 추천 책

'위로하는 정신:체념과 물러섬의 대사 몽테뉴'



저자 : 슈테판 츠바이크 / 출판사 : 유유



슈테판 츠바이크는 전기 작가다 역사 속에 묻힌 인물을 통해 깊이 감추어졌던 내면세계와 심리적 갈등까지 찾아 세밀하게 그려내는 세계적인 전기 작가로 격동의 시대를 살았던 인물을 통해 당시의 정치, 사회, 문화의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재능으로 인해 폭넓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츠바이크는 제2차세계대전 때 히틀러를 피해 오스트리아를 떠나 영국, 미국, 브라질로 떠돌아다니면서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생하였고, 인간의 강박증과 어리석음이 유럽대륙에서 생성된 학문과 철학의 역사와 과학의 발전이 가져온 결과가 결국 끔찍한 전쟁으로 나타난 것을 보면서 인간에 대한 실망과 괴로움을 이기지 못하고 1942년에 부인과 동반자살을 하고 만다. 이 책은 그가 남긴 유언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며, 그의 죽음과 함께 미완성으로 남은 유작이다.


16세기의 유럽은 종교개혁과 함께 대립과 격변을 통해 종교전쟁이라는 집단적 광증의 시대를 경험한다. 이런 집단광증의 시대에 관용(똘로랑스)과 타협과 온건함을 옹호하고 끝까지 실천하려고 노력했던 인문주의자가 에라스무스, 카스텔리오, 몽테뉴 같은 인물이었다. 츠바이크는 몽테뉴가 경험했던 16세기의 광기가 그가 살던 20세기의 광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삶의 마지막을 예견하면서 인문주의자인 몽테뉴의 생을 반추하였을 것이다. 


츠바이크는 몽테뉴야말로 화려하게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는 호메로스, 셰익스피어, 괴테, 발자크, 톨스토이 등과 달리 격동의 세계 속으로 던져진 우리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인물이라 한다. 그리고 전쟁, 폭력, 전제적 이데올로기에 의해 개인의 자유가 위협 당하는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만이 몽테뉴를 이해한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이 광기의 시대를 겪으면서 몽테뉴의 삶의 기술과 지혜를 이해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싸움의 필연성을 오늘날 우리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가장 절실한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인류에게 좋은 것으로 보이던 16세기 르네상스와 인문주의적 요소들이 유럽의 사치를 조장하고, 종교개혁은 종교전쟁을, 인쇄술의 발달은 신학적 분노와 무관용, 내란을 가져오고 신대륙의 야만적 정복의 잔인함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인문주의에서의 야만적 추락이 오늘날 우리가 겪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 16세기의 몽테뉴가 본 세상이자 20세기의 츠바이크가 경험한 세상이라는 것이다. 몽테뉴가 추구하던 평화와 이성, 온화함과 관용 등 영혼을 바쳐서 지키고자 했던 고결한 정신적 세계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오늘날 비극성의 원천인 것이다. 몽테뉴는 시대를 초월해서 패거리 짓기와 혼란의 시대에 정직함과 인간성 말고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더 잘 보호 해 주지 않을 것이라 하였다. 


츠바이크는 아마도 죽으면서 다음과 같이 몽테뉴의 말을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시대처럼 비인간적인 시대에는 우리 안에 있는 인간적인 것을 강화해 주는 사람, 즉 우리가 가진 유일하고 잃어버릴 수 없는 깊은 내면의 자아를 그 어떤 외적인 강요를 위해서도 시대나 국가나 정치적 강제와 임무를 위해서도 내버리지 말라고 경고해주는 사람만큼 고마운 사람은 없다. 모든 것과 모든 사람에 맞서 스스로 자유를 지킨 사람만이 지상에서 자유를 더욱 늘리고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심현빈 기자(liebebin@ic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