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따라 구석구석 골목투어

2014. 5. 9. 13:28동구역사문화소식

도로명따라 구석구석 골목투어

송화로 ~ 화평로 ~ 운교로 ~ 석수로 ~ 화도진로


전국의 모든 골목이 도로명에 따라 주소가 바뀌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우리입에 붙은 주소명은 쉽게 바뀐 주소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우왕좌왕 헤맨다. 화창한 주말 오후 떨어지는 벚꽃잎을 맞으며 길을 나섰다. 


먼저 출발은 수문통로에서부터~, 송화로를 거쳐 세숫대야 냉면으로 유명한 화평로로 접어들었다. 화평로 보다는 냉면골목으로 더 익숙한 이곳은 날이 풀린데다 주말이라 쉴새없이 들락거리는 차들과 사람들로 길가가 복잡하다. 큰 길에 쭉 늘어선 냉면집들은 방송에 많이 소개되어 아마도 우리동네 사람보다 타지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여름에 입맛없을 땐 한번씩 찾게 되는 중독성 강한 맛이 매력이다. 서로 원조라고 내세우지만 그래도 할머니 집이 제일 북적북적하다. 앞으로 차이나타운의 자장면과 신포동의 쫄면, 화평동의 냉면을 연결하는 누들로드를 만들 계획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기대가 된다.




황인의원을 거쳐 운교로로 접어들었다. 참외전로에서 넘어오는 구름다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아주 오래된 화수시장이 있지만 정작 시장 안은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았다. 대로변에 있는 야채가게와 생선가게들이 이곳이 시장임을 알려준다. 그래도 내친김에 모찌떡으로 유명한 화수떡집에 들렀다. 힘들어 이제는 떡 못 만들겠다던 아주머니는 염색도 귀찮아서 안한다며 하얗게 샌 머리로 지금도 떡을 만들고 계신다. 한 개만 먹어도 배부른 커다란 모찌떡을 오랜만에 사들고 시장안 사잇길을 거쳐 석수로로 접어들었다. 


석수로는 만석동과 화수동을 잇는 곳이라는 뜻으로 두 지명에서 한글자씩 따온 것이란다. 이곳에는 유명한 할머니 보신탕집이 있다. 여름철 원기회복을 위해 복날 언저리쯤에 아버지가 포장해온 영양탕을 염소고기라고 속이고 우리에게 몇점씩 먹이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내손으로 사먹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여름이면 몇 번씩 주변사람들로 부터 듣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길 중간 골목길에 황해도 평산소놀음굿 기능보유자 이선비님 집도 있다, 화도진공원에서 직접 굿 하는 것을 뵌적도 있어 간판에 눈길이 절로 간다. 석수로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삼화제분이 나오고 그 아래는 보건소다. 작년에 어머니 독감예방접종 때문에 들르고 처음이다. 길 끝에서 만나는 큰길은 제물량로이다. 제물량로길을 따라 소방서를 지나면 화도진로와 이어진다. 아파트 공사가 한창인 곳을 지나 화도진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1882년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곳이기도 한 이곳은 그 역사적 현장을 밀랍인형이 재현하고 있다. 벚꽃이 지고나면 이제 곧 철쭉의 계절이 돌아온다. 이렇게 화창한날 천천히 걸으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익숙하지만 낮선 느낌이 좋다. 화도진에서 송화로로 다시 내려오면서 맹인들을 위해 점자를 만드신 송암 박두성선생님도, 그리고 그분의 따님이면서 수채화 할머니로 더 잘 알려진 박정희선생님도, 극작가 함세덕 선생님 생가도 다 이곳에 있다는데 정확한 장소를 확인하지 못해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구석구석 동구를 탐방할 예정이다. 진정한 골목길 투어라고나 할까? 기대하시라.^^


이동희기자(bookma@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