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5. 11:03ㆍ동구역사문화소식
도로명따라 구석구석 골목투어
금곡로를 따라 걷는 산업시설길
무더운 여름이 시작됐다. 더운 여름 땀흘리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배다리 헌책방 골목에서 동구청 방향의 금곡로로 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늘어선 헌책방을 그냥 스쳐간다. 한번 들르면 한시간은 발이 묶여야 하기때문이다. 헌책방길을 지나면 바로 문구도매상들이 늘어서있다. 신학기때 헌책방에 들러 책이나 문제집을 사고, 문구점에 들러 필요한 학용품을 저렴한 비용으로 장만하면 일석이조다.
연이어 우체국건물 옆으로 문화사우나 건물이 보인다. 이곳이 예전 일제시대때 성냥공장이 있었던 자리란다. 일제시대 조선인촌주식회사라 불렸던 이곳 성냥공장에서는 500여명의 직공이 연간 약 7만 상자의 성냥을 생산했다고 하니 꽤 규모가 큰 공장이었던 것 같다. 어린여공들이 일본인 사장의 임금착취와 인간적 모욕을 견디며 생존을 위한 밥벌이를 했던 곳이라 생각하니 가슴 아픈 역사가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하지만 내 기억속 이곳은 문화극장이 있던 자리였다. 80년대 오성극장, 미림극장과 함께 배다리 지하상가의 롤러스케이트장은 당시 중고등 학생들의 유일한 오락장이었다.
연이어 만나는 건물은 인천경찰기동대다. 이전에는 인천동부경찰서였고, 그 이전 일제시대에는 일본 간장과 된장을 생산하는 노다장유공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간장과 된장은 조선에 진출한 일본인과, 만주에 거주하는 일본인에게 주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일제시대 이곳 금곡로에는 수많은 노동자이 출퇴근을 하는 길이었을 것이다.
동부경찰서를 지나면 한우리마트를 사이에 두고 길이 갈린다. 일단 동명초등학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명초등학교는 일제시대 종두제조소 자리로 동경제국대학 전염병 연구소 인천출장소 였다고 한다. 당시 이곳에서 제조한 종두는 품질이 우수해 일본전역은 물론 중국, 미국까지 수출했다고 한다. 그후 인천 야학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동명초등학교가 이곳에 새롭게 자리를 잡으며 지금까지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골목을 끼고 돌면 바로 동구청이 나온다. 이곳도 예전에는 도축장이었단다. 동구청 화단에 있는 '죽은 동물을 위한 위령비'가 과거의 모습을 알려준다. 동구청에서 아리랑 회관을 끼고 송림로터리 쪽으로 나오면 아뜨렛길을 만난다. 송림지하상가를 문화공간으로 꾸며 잠시 앉아 쉬기 안성맞춤이다. 아뜨렛길에서 다시 배다리쪽 송림로로 나오면 동구청소년수련관이 있다. 이곳은 예전 노동회관건물이었단다. 서민의 삶을 상징하는 동구의 모습과 잘 어울렸을 것 같다. 지금은 청소년수련관이 지역의 문화와 교육을 이끌고 있다.
이번 금곡로 산업시설길을 걸으며 조금 아쉬웠던 점은 우리의 옛 역사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기억할만한 우리의 역사를 지역민들이 좀더 잘 알 수 있도록 안내판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다니는 길에 어떤 역사가 숨어 있는지 지역주민이 잘 알아야 지역에 대한 애정도 함께 커지리라 생각된다.
이동희 기자 bookma@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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