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29. 10:00ㆍ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동경가족'
시대가 변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변했다. 한적한 섬마을 사람들은 바쁘지 않다. 아니 바빠도 도쿄로 아들을 만나러 떠난 이웃집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부탁한 개에게 밥을 줄 수 있는 여유는 있다. 할머니를 잃고 혼자서 살아가는 할아버지에게 이웃사람들은 빨래도 내 놓으라 하고 먹을 것도 챙겨준다. 바쁘게 살지 않는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사람들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았다.
도시는 어떤가? 사람들은 바쁘다. 무엇이 사람들을 그렇게 만들어 가고 있는가? 더 많이 벌어야 하고 필요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할 일이 너무 많다. 그 결과 어떻게 변하게 되었는가? 그들도 처음부터 부모를 부담스러워하는 그런 사람들은 아니었다. 변한 것이다.
아마다 요지 감독의 영화 ‘동경가족’은 우리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도시생활에 묻혀져 버리는 것을 동경에 살고 있는 가족 이야기로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는 일상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관계가 어떻게 변하는 지 우리들에게 묻고 있다.
작은 섬마을에 살고 있는 히라야마 노부부가 자식들이 보고 싶어 도쿄로 여행을 온다. 섬마을에 병원을 개업하길 원했지만 큰 아들은 도쿄로 떠났고 다른 자식들도 모두 도시로 떠났다. 얼마 전에 죽은 친구 조문도 하고 손자도 보고 싶어서 갑작스럽게 여행을 온 그들의 방문에 자식들은 자신의 생활리듬이 깨어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병원과 살림집을 같이 쓰고 있는 큰 아들집은 방이 넉넉하지 않아 며느리는 콘 아들 방의 책상을 작은 아들방으로 옮긴다. 손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호텔에서 자면 되는 데 왜 자기 방을 써야 하는 지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한다. 자기 생활을 침범해 들어오면 상대방이 반갑지 않다.
딸을 예뻐했던 아버지는 친절했던 딸이 변했다며 섬마을에서 지낼 때의 딸을 그리워한다. 미용실 원장인 딸은 가게 문을 닫을 수 없고 축제 준비로 바쁘다. 엄마가 쓰러져 병원에 누워 있는 데도 왜 이렇게 바쁜 때 아프냐고 신경질을 부린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슬피 울고 사위는 축제에서 섭외일을 맡았다고 섬에 내려오지 않는다.
큰 아들은 도쿄 시내를 구경하기로 약속한 날, 지인의 아들 병을 치료하러 부모와의 약속을 주저없이 깨버린다. 며느리가 모시고 다니겠다고 하니까 집을 비우면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하지 말라고 한다.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를 호텔로 모시고 노부부는 화려한 야경을 보며 하룻밤을 자고 난 후 다시 자식들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잘 곳이 마땅치 않자 히라야마는 친구 조문을 하러간다. 성공한 대기업 간부를 아들로 둔 친구집에서 자려고 했지만 며느리 눈치를 보는 친구랑 건강 때문에 끊은 술을 다시 마시며 자신은 부랑자가 되어버렸다고 자책하는 히라야마의 모습에서 이 시대 가족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막내 아들 쇼지집을 방문한 어머니는 아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서점에서 일을 하는 쇼지(츠마부키 사토시)의 여자 친구 노리코(아오이 유우)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다행스러워하며 아들을 주려고 준비해 간 돈을 노리코에게 주면서 경제관념이 부족한 아들대신 맡아달라고 한다.
막내아들을 만나고 기뻐하며 돌아온 어머니는 갑작스럽게 쓰러져 돌아가시고 가족들은 장례를 치루면서도 자신의 생활이 침해받지 않는 쪽으로 일을 처리하려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동경에서 장례를 치루고 유골을 안고 섬마을로 돌아와서도 모두 바쁘다는 핑계로 얼른 돌아간다. 자신들의 어린 시절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섬마을은 그들에게는 불편한 곳일 뿐이다. 쇼지와 노리코는 며칠 더 남아서 히라야마를 돌본다. 늘 못마땅했던 막내 아들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찾은 히라야마는 두 번 다시 동경에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히라야마는 자식들이 없는 섬마을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며 이웃들과 더불어 살아갈 것이다. 그곳은 바쁘지 않고 사람들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동경가족'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의 시간을 소중하게 쓸 수 있는 때는 언제인가?
당신이 지금 바쁘게 살고 있는 것은 행복한 삶을 위한 것인가?
당신이 지금 소중하다고 잡고 있는 것들이 정말 소중한 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있는가?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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