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 7. 10:28ㆍ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나이팅게일夜鶯(야앵) ; The Nightingale"
"할아버지! 새가 새장에서 나가도 한 바퀴 돌고 다시 할아버지 새장으로 돌아오잖아. 그건 할아버지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내가 바로 그 새장에 갇힌 새와 같아. 나 조금만 더 날아다니고 싶어. 나도 엄마, 아빠를 사랑하니까 돌아갈거야." 까칠한 손녀 렌싱이 며칠 간 할아버지와 지내면서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손에서 아이패드를 놓지 못하던 렌싱은 할아버지의 고향길에 동행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어느덧 알게되면서 성숙해진다.
영화 '나이팅게일'은 중국과 프랑스 합작의 가족영화로 프랑스 감독 필립뮬은 할아버지와 손녀의 여행길에서 부유해진 중국이 잃어버리고 있는 가치를 되돌아보게 한다. '나이팅게일'은 새 이름이다. 렌싱을 새 시장에서 잃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할아버지는 그 일로 아들하고도 서먹해져 4년 동안 왕래가 없다.
베이징에서 성공한 건축가 아들, 며느리 역시 성공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서로 바쁘게 살면서 대화가 없는 부부이다. 유일한 외동딸 렌싱은 성공한 부모 덕에 풍요롭게 살지만 아이패드랑 놀면서 혼자 보낸다. 부모의 외국 출장, 가사 도우미마저 아들 결혼식으로 집을 비우게 되자 고향인 양수오로 새 한 마리를 들고 가는 할아버지의 여행길에 렌싱은 원치않는 동행을 하게 된다. 할아버지를 봐도 인사를 안 하는 까칠한 렌싱이 그저 귀엽고 예쁜 할아버지는 고향길 여정에서 버스를 잘못 타면서 손녀랑 우여곡절이 많은 일을 겪게 된다. 숲을 헤매다가 동굴속에서 잠을 자고 낯선 마을에서 며칠 머무르기도 한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리며 큰 나무에 올라가서 놀던 렌싱은 새로운 세상이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다. 렌싱은 하늘나라로 떠난 할머니가 시집 올 때 가져온 새가 할머니 무덤 앞에서 마지막으로 노래하도록 해주고 날려 보내려는 할아버지의 마음에 감동을 한다. 그런데 18살이 된 새가 죽자 할아버지 모르게 동네 꼬마가 가진 똑같은 새를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패드를 주고 바꾸어 할아버지의 꿈을 이뤄준다. 딸을 찾아 고향으로 내려 온 아들은 자신의 교육을 위해 18년 전에 고향을 떠난 아버지와 화해한다.
영화는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과 고층빌딩숲을 이루고 빠르게 달려가는 자동차가 존재하는 도시를 대비하면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 회복해야 할 것을 생각하게 한다. 새를 잡을 수 없으면 새를 만들면 된다면서 아버지가 만들어 준 피리를 어른이 되어서도 가지고 다니며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그 피리를 불면서 힘을 얻는 아들은 렌싱의 지혜로 다시 가정을 찾는다. 할아버지가 사 준 나이팅게일에게 엄마랑 별거중인 아빠가 매일 노래를 가르쳐 줘야 한다고 제의한다. 할머니와 살던 고향집으로 내려가는 할아버지가 보고 싶으면 어떡하느냐는 손녀의 말에 할아버지는 '큐큐' 영상으로 만나면 된다고 대답한다.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맑은 영상 속에 잔잔하게 이끌어 낸 영화 '나이팅게일'은 한 편의 수채화같은 영화이다.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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