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량로에서 만나는 북성부두와 화수부두

2014. 11. 4. 15:47동구역사문화소식

제물량로에서 만나는 북성부두와 화수부두


가을햇볕이 따갑다. 아침 저녁 쌀쌀한 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낮에는 다시 더워지는 것 같다. 일요일 화창한 날씨를 등에 업고 이번엔 부둣길 탐방에 나섰다. 북성부두에서 출발해 제물량로로 이어진 화수부두를 종착지로 삼고 길을 나섰다.





북성부두로 가는 길은 항상 낯설다. 좁은 골목길을 들어설 때면 "이 길이 맞나?"하는 의구심과 함께 순간 길을 잘못 찾아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런데 바로 그때. 비릿한 바닷내음과 함께 갈매기가 끼룩대는 소리가 들린다. 북구성포구 입구에는 좁은 길을 따라 횟집이 늘어서 있다. 이제 조금 더 쌀쌀해 지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커다란 들통을 하나씩 들고 물때를 맞추어 이곳에서 새우를 사갈 것이다. 살아다 팔딱대는 새우는 겨우 김장의 중요한 재료로 쓰인다. 북성포구에서 나와 만석고가 입구쪽으로 나오면 50년 전통의 쭈꾸미 거리를 만나게 된다. 밥알처럼 생긴 알이 가득찬 쭈꾸미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계절이 아니라 그런지 식당 안은 한가해 보인다. 만서곡가 밑을 지나 쭉 이어진 길이 제물량로이다. 중구에서부터 이어진 이 길은 옛 제물포진이 있던 지역을 통과하는 도로로 원래 제물포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붙여진 지명이란다. 제물량로에서 만나게 되는 큰 공장인 동일방직과 두산인프라코어는 일제 시대부터 조성된 공장지대였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해안을 매립해 공장지대로 조성하면서 만든 ‘동양방적주식회사'와, 잠수함을 건조하던 공장인 '조선기계제작소'는 지금은 동일방직과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적한 길가에 늘어선 노란 은행나무가 햇볕을 가려주니 제법 운치가 있다. 봄에는 이 길을 따라 빨간 장미가 줄지어 피어있던 기억이 난다. 공장 맞은편에는 소방서 건물도 있고 새로 조성된 아파트의 화단도 보이고 만석초등학교도 있다. 익숙한 길을 찬찬히 눈여겨보니 무심히 지나칠 때와는 다른 정겨움이 느껴진다.





화수사거리에서 화수부두로 이어진 길은 넓은 대로다. 공장지대를 끼고 큰 길을 따라 쭉- 들어가면 화수부두다. 휴일, 화수부두수산물 직판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동안 안 온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나보다. 직판장에서 새우와 꽃게를 사서 먹는 가족들로 화수부두는 활기 차 보인다. 꽃게와 새우를 먹으러 이제 소래포구까지 갈 필요가 없겠다.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난 바다는 발이 묶인 배들과 갈매기들 차지다. 해질녘 부둣가에서 석양을 만나면 더 멋있는 곳이 될 것 같다.

여행이 떠나고 싶은 가을이다. 먼곳만 찾지 말고 잠시 시간을 내어 부둣가에서 가을의 운치를 즐기는 것도 삶의 활역소가 될것같다. 


이동희 명예기자 <bookma@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