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향기,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2015. 3. 16. 11:57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two days, one night)"


영화 '내일을 위한 시간'에서 내일은 '내 일(my job)'과 '내일(tomorrow)'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다. 분홍색 민소매의 여주인공의 눈빛은 무언가를 간절하게 갈구하고 그 얼굴과 몸으로 한 낮의  햇살이 쏟아지는 포스터는 무척 인상적이다. 그녀가 만난 두 번의 낮과 한 번의 밤은 그녀의 운명을 바꾸는 시간으로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시간이다.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장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는 어느 날 복직을 앞두고 해고당한 노동자 산드라가 14명의 동료들을 찾아다니는 과정속에 평범한 이웃들의 고민, 부당한 노동현실의 해법은 연대에 있음을 조용한 목소리로 강조한다. 


우울증으로 병가를 낸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복직을 하지 않으면 당장 대출금을 갚지 못해 임대주택으로 옮겨야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렵다. 싸워보지도 않고 그냥 물러서려는 그녀에게 힘을 준 사람은 남편과 직장 동료 2명이다. 보너스와 자신의 해고를 놓고 치룬 투표에 강압이 있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산드라는 사장으로부터 월요일의 재투표를 약속받는다. 


다르덴 형제는 동료의 해고와 천 유로의 보너스 사이에서 갈등하는 우리의 이웃들의 모습을 공감이 가도록 차분하게 그려낸다. 산드라(마리옹 꼬띠아르)는 동료들을 찾아 가서 똑 같은 말을 14번 한다.

해고와 보너스 선택 중에서 나를 선택해 달라. 보너스 천 유로를 빼앗아서 미안하지만 나는 일을 해야 한다. 반장이 산드라가 해고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해고될 거라고 압력을 넣은 것이다. 나는 이제 다 나았다. 


동료들은 산드라의 해고를 원하지 않지만 보너스도 포기할 수 없다고 갈등한다. 친했지만 산드라를 외면하고 얼굴도 보여주지 않는 친구, 보너스를 선택해서 미안했는 데 다시 찾아 온 산드라에게 투표하겠다면서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동료, 재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지만 산드라 편을 들어 준 동료, 남친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필요한 도구를 사기 위해 천 유로가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는 동료, 1년치 전기료와 가스료를 포기할 수 없을 만큼 형편이 어렵다는 동료, 그들의 반응에 따라 희망과 절망을 오고 가던 산드라는 포기로 마음을 굳히고 신경 안정제 수 십알을 먹어버린다. 하지만 남편과 싸우고 자기 편에 서 주는 친구를 보고 다시 힘을 얻는다. 


투표 결과는 8대 8로 단 한 표 부족으로 그녀의 복직은 무산된다. 

사장은 직원들의 사기를 위해 보너스와 복직을 약속하지만 임시 직원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두 달후에 복직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 건다.

그녀는 다른 사람의 재계약을 대신 뺏을 수 없다며 거절을 하고 회사를 나온다. 남편에게 우리는 잘 싸웠다고 그래서 행복하다고 말을 하며 걸어가는 그녀는 예전의 나약한 산드라가 아니었다.


부당한 해고에 맞서 자신의 일을 되찾으려고 구걸하듯이 동료에게 매달리며 천 유로를 포기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런 그녀에게 힘을 보태주는 동료들의 연대감이 바로 내일을 살아갈 힘인 것이다. 자신의 문제 해결을 위해 갈등하는 여성의 심리를 잘 연기한 마리옹 꼬띠아르는 이 영화로 2015년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그녀가 동료들을 찾아다니는 낮은 태양빛이 쏟아지는 시간이었다. 동료의 집 초인종을 누르며 희망을 기대하던 그녀는 물을 많이 마신다. 힘들게 말을 하고 돌아오면서 물을 마시고, 목이 말라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안정제를 먹을 때도 물을 마신다. 그녀가 물을 마시면 그녀의 몸은 다시 살아난다. 그녀가 마시는 물은 내일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였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과제를 수행하고 갈증을 채워주기 위해 산드라가 물을 마실 때 안쓰러운 마음이 든 것은 그녀가 바로 우리를 닮았기 때문이다. 


신은주 명예기자 muis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