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달의 추천책 "가족이 있는 풍경: 한 스웨덴 화가의 집과 가족 이야기"

2015. 3. 20. 10:22동구역사문화소식

이 달의 추천책 "가족이 있는 풍경: 한 스웨덴 화가의 집과 가족 이야기"



(그림: 칼 라손, 출판사: 뜰)



스웨덴 속담에서 집은 그 사람의 영혼이라고 합니다. 세밑에 가족, 식구, 집, 부모 형제 자매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것은 각박한 시대를 사는데 따뜻한 피난처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금은 종이 크리스마스카드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편지, 카드로 안부를 보내고 인사를 하였는데 그때 따뜻한 가족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카드에 자주 사용되는 그림이 칼 라손 작품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칼 라손은 1853년에 태어나서 1900년대 초를 풍미한 스웨덴의 국민 화가였고, 이후에도 그의 그림은 북유럽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 책은 칼 라손이 그림으로 그린 자신의 집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가 살던 19세기 말 북유럽의 실내 장식들은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기에 칼 라손이 자신의 집 "릴라 히트나스"의 실내, 정원, 농장 등을 자연친화적이고 목가적이고 꾸밈없이 밝은 분위기로 직접 디자인하고 가꾸어 놓은 것은 파격적인 광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러한 디자인은 북유럽풍이자 스칸디나비아식 디자인의 근원이 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게 됩니다.   


지금도 칼 라손이 살던 집이 현대와 과거로 공존하는 것은 시대적 분위기와 상관없이는 가족과 집이라는 '갈 곳'이기에 가능한 것 아닌가 합니다. 


칼 라손은 가난한 어린시절을 살았지만 그에게 가난함은 승화의 대상이지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그린 가족과 집에서 느낄 수 있는 화목함 따뜻함 미소 밝음은 어린 시절의 가난 속에서 누리고 싶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릴라 히트나스"에서 부인과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삶의 좋은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했고 그래서 책 속의 그림들은 지금도 단란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작가의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시선에 들어온 사물들은 그에게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금방이라도 움직이고 이야기를 할 것 같고 강아지는 뛰어 올 것 같고, 창문은 금방 열릴 것 같아 그야말로 가족과 집이 살아있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구약성서와 함께 칼 라손의 그림을 지녔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그림만 가지고 있어도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고 전쟁이 끝나면 돌아갈 집을 품고 있다고 여길 수 있을 만큼 따뜻함과 절실함 같은 가족의 근원적 느낌이 살아 있다는 것이겠지요. 


스웨덴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칼 라손의 집을 방문해서 안식처처럼 지친 마음을 쉬었다 간다고 합니다. 스웨덴 여행은 아니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칼 라손의 그림을 통해서라도 너무 가까워서 잊고 지내고 너무 살가워서 잃어버리고 지내는 가족이라는 너른 품을 가슴으로 안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사회 안전망의 최전선에서 가장 따뜻한 가족과 집으로 회귀하기를 새봄 기다리듯 희망해 봅니다. 


심현빈 기자<liebebin@ic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