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각로에서 만난 '연탄' 천사 최성순 통장을 찾아서

2014. 3. 25. 13:17동구역사문화소식

우각로에서 만난

'연탄' 천사 최성순 통장을 찾아서


우각로 동네, 경진네 바느질 가게 방안엔 따듯한 햇살이 창문으로 들어와 앉아 있었다.


"동네 할머니들이 가게 사랑방으로 많이 놀러 오세요. 추운 날이 오면 연탄난로를 피우기 때문에 가게 안은 춥지 않습니다." 꽃샘추위가 이어져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송림3․5동 3통 최성순(54) 통장을 만났다.


오래 된 집들이 즐비한 우각로 길을 걷다보면 옛 전도관 건물이 우뚝 서있다. 높은 언덕길을 올랐다가 내려가면 소방도로 길 가 옆 오래된 건물 사이에 붉은 벽돌2층집, '경진네 바느질'이란 예쁜 글자 간판이 눈에 띈다. 그 곳에서 이십 오년 동안 가족과 함께 살아 온 최통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반장 8년을 거쳐 9년 동안 통장 일을 해오고 있다. 요즘처럼 연탄 한 장이 그리운 추운 계절이 오면 그는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선뜻한 바람이 부는 초가을부터 "연탄 언제 오는가?"라고 묻는 어르신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춥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연탄 한 장은 보석보다 값지다. 차상위 계층으로 지내는 그들에게 뼈 속까지 스며드는 찬바람을 잠재울 온기가 필요하다. 그가 꼭 연탄이 필요한 이에게 기꺼이 연탄을 배달해 주는 삶을 살아 온지 5년이 지났다. 매년마다 열다섯 가구에게 따뜻한 연탄을 전달해왔다고 했다. 기자가 가게 안에 앉자마자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렸다. 최통장은 "연탄 배달 못한 집에 200장씩 두 가구에게 보내 주기로 약속 했다."며 전화를 끊는다. "어려운 가구 두 집에 지원하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현대시장(온누리 교회)에서 도움을 줬다."며 기뻐했다. 특히 여러해 전부터 연탄은행을 비롯해 이웃 제물포교회(우강국 목사)의 도움으로 연탄 기증을 받아 여러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연탄이 도착한 날이면 최통장은 연탄배달 온 봉사자(학생, 일반인, 교인, 직장인 등) 그들에게 연탄난로 위에 어묵국을 펄펄 끊여서 내 놓는다.





최통장은 학창시절 운동을 좋아해 핸드볼과 달리기를 했다. 그 시절을 경험삼아 생활체육회에서 피구를 했고 선수로 출전도 하여 지난 2012년도엔 대한피구협회 심판 판정에 합격 자격증도 땄다. 게다가 지난 해 인천전국체전 때 깃발을 높이 들고 성화 봉송 주자로 뛰었다. 피구심판관들이 입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최통장은 사진 속에서 밝게 빛났다. 


최통장을 닮은 둘째 딸 황경진(29)씨 역시 운동을 잘한다. 작은 딸은 공군하사로 임관하였으며 태권도 3단, 합기도 4단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군에서 사격대회 때 처음으로 상위 등수에 들어 공군참모총장상 받던 날은 자랑스럽고 대견했다고 행복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3.5동민의 날, 최통장은 노래자랑에 나갔다. '동동구루무'(김용임)를 불러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동동구루무 한 통만 사면/ 온 동네 곱던 어머니/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동동구루무/바람이 문풍지에 울고 가는 밤이면/내 손 호호 불면서/눈시울 적시며/서러웠던 어머니/아~동동구루무/ 아끼시다 다 못쓰고 가신 어머니/...♪. “그 자리에 어르신들이 많이 계실 때라서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자원봉사 일을 하면서도 최통장은 바느질을 해 직접 반코트를 만들어 입고 피구운동과 노래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다. 아뜨렛길에서 가수예술인들과 함께 토요일이면 나가 총무 일을 본다. 그의 다양한 봉사 활동은 통장 으뜸상을 비롯해 여성대회유공표창, 체육공로상, 동구자율방재단표창으로 돌아왔다.


안도현 시인은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이라고 했고,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고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시인의 시처럼 최통장 역시 그런 마음으로 살아오고 있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만큼 뜨거운 열정으로 그는 이웃에게 다가간다. 누구보다도 겨울의 온기가 필요한 이들에게 연탄을 통해 행복전도사 역할을 해오고 있다. 추운 겨울에 접어들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다. 우리 동네 사람들을 보듬고 살아가는 최성순통장! 그의 미소가 봄 햇살에 비춰 봄꽃처럼 환하다. 연탄은 자신의 몸을 태워 하얗게 불사른다. 그의 삶도 역시 연탄을 닮았다.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그는 천사다.


김연숙 기자 narae052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