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1. 13:43ㆍ동구역사문화소식
이달의 추천책
침묵, 삶을 바꾸다
(저자 : 그래엄 터너 / 출판사 : 열대림)
현대인의 삶은 오직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자의든 타의든 소리에 의한 삶을 살게 마련이다. 오늘날에는 소리 없는 소리에 의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온갖 소리를 대행하는 매체에 의존 하는 삶을 살고 있다. 즉 입을 다물고 있어도 끊임없이 떠들썩 한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서구인들에게 침묵은 제로, 없음, 빈 공간, 지루함, 불편함, 불쾌함의 원천이기도 하고, 심한 경우 악의적이고 비참한 시공간으로 여겨진다. 외로움을 심화시키고, 후회나 죄책감을 고조시키며, 증오와 상처를 덧나게 하는 의미로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침묵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선사해 준다. 인생의 질서를 바로잡는 방법, 자신과 타인에 대한 통찰을 제시해 주며,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는 더 넓은 지혜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준다. 그러나 침묵에는 쉽고 빠른 길 같은 건 없다고 한다. 침묵을 얻는 과정은 홉사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같고,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얻어낼 수 있는 귀한 선물이며, 말보다 훨씬 더 중요할 수 있고, 건강 하게 살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라 한다. 그리고 침묵은 신의 모국어이며, 신과 대화하고 싶을 때는 신이 가장 편안해 하는 소통의 매개인 침묵을 이용하라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지닌 모든 자원 중에서 가장 활용되지 않고 있으며, 가장 저평가 된 것이 침묵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이 책은 죄수에서 달라이 라마, 배우, 작가, 음악가, 수도사, 심리치료사, 레바논 소모임 지도자 등 침묵을 경험한 다양한 사람들이 침묵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게 된 이야기를 담은 책이며, 저자에게 있어 침묵은 직업을 선택할 때나 아내에게 청혼할 때 등 결정적인 순간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고, 온갖 결함과 무모함을 지닌 자신에게 언제나 침묵은 신뢰할 수 있는 안내자이며 동반자였다고 한다.
많은 이들의 다양한 경험 중에서 가장 의미 있었던 이야기는 레바논의 이야기다. 1975년부터 1990년까지 레바논은 수니와 시아파 무슬림 간의 내전으로 아픔을 겪으면서 18개의 공동체로 분열되어 지금도 일촉즉발의 위기시국이 이어지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분열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다. 레바논은 18개의 서로 다른 공동체 사이에 전적인 중재가 필요한 나라이고, 실제로 그런 중재 임무를 위해 30년 전에 조직의 대표로 결성된 모임을 만들어서 이끌어 왔는데, 이들의 활동 중에 가장 특기할 만한 것이 정기적으로 침묵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모임 참가자들은 이 침묵의 시간에 신이 사람들에게 ‘말을 할 수 있다’고 하였고, 침묵이 삶 속에 신이 살아계시게 하는 공간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각기 다른 정치적 이념을 가진 이들은 모이면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한’ 시간으로 15-20분 정도 완전히 침묵에 잠긴다고 한다. 그리고 정직, 결백, 이타, 사랑이라고 하는 가치들에 비추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전쟁의 경험과 침묵의 가치가 이전에는 있을 수도 없는 우정을 쌓게 한 기적을 가져 온 것이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 말이 많다. 얼마 전 한바탕 치룬 지방선거에서도 참 많은 말이 오고갔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우리의 어두움을 밝히는 불씨가 우리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는 침묵의 시간이 아닐지...
심현빈 기자 liebebin@ice.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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