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4. 11:20ㆍ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도희야'
사람은 어떻게 괴물이 되어 가는 것일까?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환경이 그를 변하게 한 것이다. 잘못되어가는 상황에 마침표를 찍게 할 그 누군가를 만난다면 적어도 괴물은 되지 않는다. 영화 ‘도희야’를 보면서 떠 오른 단어는 ‘괴물’이었다.
정주리 감독이 각본까지 쓴 영화 ‘도희야’에는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드러난다. 도희로 대표되는 아동 폭력, 부족한 일손을 대신하기 위해 섬으로 온 불법체류노동자에게 가해지는 폭력,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섬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녀와 파출소장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친엄마로부터 버림을 받은 도희는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와 할머니랑 살고 있다. 술만 먹으면 도희를 난폭하게 때리는 아버지와 보호막은커녕 거침없는 욕설을 던지고 때리는 할머니 그리고 돈을 빼앗고 괴롭히는 친구들까지 어린 도희의 삶은 고달프기만 하다. 헝클어진 긴 머리, 때 묻은 교복, 겁 먹은 얼굴을 하고 있는 14살 도희는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이다.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영남(배두나)은 생수병에 소주를 넣고 물 마시듯 술을 마신다.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들 수가 없을 정도로 괴로움속에 살아가는 그녀지만 의붓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도희를 모른 척 할 수 없어 따뜻하게 대해 준다. 상처 투성인 도희의 몸을 보고 용하에게 아동폭력범으로 감옥에 넣겠다고 경고를 하지만 용하는 영남을 무시해버린다. 젊은 사람이 귀한 섬마을에서 용하는 마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 때에 구해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호주로 떠나기 전에 섬에 들린 영남의 친구랑 키스를 하는 장면이 용하에게 목격되면서 오히려 영남은 용하에게 협박을 당하고 아동 성추행범으로 고발당한다. 방학동안 도희를 돌보아 준 영남을 사람들은 아동성추행범으로 믿어버리고 그녀의 삶은 더 고통의 늪으로 빠져든다.
도희는 자신 때문에 곤경에 처한 소장님을 구하기 위해 의붓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들었을 때 자신을 성추행한 것처럼 연기를 해서 용하를 감옥에 넣어버린다.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에 도희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진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달아나면서 술을 먹고 늘 경운기를 운전하는 할머니가 자신을 쫒아오도록 유도하여 할머니 역시 벼랑으로 떨어져 죽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술 취한 채 운전을 한 할머니의 실수로 의심없이 믿어버렸다. 동성애자 영남이 아동 성추행을 위해 방학 동안 도희를 집에 보내지 않고 데리고 있었다고 믿었던 것처럼...
영남은 섬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희를 찾아오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하고 돌아선다.
“도희는 도대체 속을 알 수 없어요. 어쩐지 애 같지 않고 괴물 같아요.” 부하 직원의 말에 영남은 급히 차에서 내려 도희를 다시 찾아간다. 집에 없는 도희를 찾아 방파제로 온 영남은 바다를 바라보는 도희에게 자기랑 같이 가자고 말을 건넨다. 도희는 환한 웃음으로 답을 한다. 괴물로 살아갈 한 아이가 구제되는 순간이다. 비가 내리는 날, 영남은 섬을 떠난다. 옆에는 도희가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잠을 자고 있다.
“엄마도 필요 없어요. 소장님만 있으면 돼요.”
“제가 더 잘 할게요. 제발 집에 가라고 하지 마세요.”
간절하게 자신을 원하는 도희에게 손을 내민 영남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폭력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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