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8. 8. 14:53ㆍ동구역사문화소식
영화의 향기, 영화 '와즈다'
환한 얼굴로 웃고 있는 검은 색 히잡을 쓴 소녀 와즈다, 그녀는 자신을 좋아하는 압둘라 남자친구랑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를 상징하는 영화 ‘와즈다’의 포스터는 밝고 발랄하다.
'와즈다' 영화 앞에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중동에서 가장 보수적인 국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영화, 음악, 미술 등 문화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장편 영화. 최초의 감독이자 최초의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 맨사우어가 촬영중에 테러와 시비에 휘말려 스텝차량으로 피신하여 그 안에서 모니터를 보며 배우에게 사인을 하며 5년 이라는 기간 동안 제작한 영화. 사우디아라비아 올 로케이션 촬영으로 베일에 가려졌던 나라의 속살을 보여 준 영화. 영화가 상영되자 2013년 4월 실제로 이슬람율법이 수정되어 여자들도 자전거를 탈 수 있게 한 기적을 만든 영화.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기립 박수를 받으며 각종 상을 휩쓴 영화.
영화에 대한 극찬은 끝이 없다. 그만큼 이 영화의 탄생은 기적이다.
10살인 말괄량이 소녀 와즈다는 엄마랑 살고 있고 아빠는 가끔 찾아온다. 아들을 낳지 못한 와즈다의 엄마는 남편이 시어머니 뜻대로 또 결혼을 할까봐 남편 마음을 붙들어 두기 위해 남편이 좋아하는 것만 한다. 짧은 머리를 하고 싶어도 남편이 찰랑찰랑한 긴 머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늘 고데기로 머리를 손질한다. 직장에 다니고 싶어도 남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 뜻을 거스리고 싶지 않아서 병원에 취직한 친구로부터 일자리를 추천받고도 포길 할 정도로 모든 것을 남편에게 맞춘다.
코란을 숭상하고 여자는 남자 눈에 띄어서도 안 되는 엄격한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와즈다의 엄마는 반항기가 있는 와즈다에게 늘 잔소리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어하는 딸에게 아이를 못 낳을 수도 있다면서 자전거를 사 주지 않는다. 엄마하고는 완전히 다른 와즈다는 마음에 드는 초록색 자전거를 사기 위해 팔찌를 만들어서 팔기도 하고 연애편지 심부름도 하면서 돈을 모으지만 800리얄 모으기는 어려운 일. 그런데 1,000리얄 상금이 걸린 코란 암송 대회가 교내에서 열린다. 와즈다는 학교의 문제아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학생으로 변신하며 열심히 코란을 외워 마침내 우승을 한다. 그리고 상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길 바라는 교장 후사에게 당당하게 자전거를 사겠다고 선언한다.
집에 손님들이 다녀간 후, '와즈다'가 자신의 이름이 가계도에 없는 것을 발견한다. 엄마가 "넌 딸이기 때문에 이름이 없어."라고 말하지만 '와즈다'는 자신의 이름을 종이에 써서 붙인다. 얼마 후 구겨진 종이를 발견하지만 와즈다는 다시 종이를 주워서 다시 붙인다.
그동안 중동국가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은 억압된 여성의 삶을 다루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영화 ‘와즈다’는 잘못된 제도에 억압된 여성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그들의 인식이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생리 중에는 코란을 만질 수 없고 수건으로 손을 감고 만져야 한다. 후사 교장은 애인을 도둑으로 변장시켜 몰래 자신의 집으로 들어오게 하면서도 학생들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강조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몰래 매니큐어를 칠하고 금지된 잡지도 본다. 여성이 지나가면 남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성희롱을 한다. 그러나 변화는 오고 있었다.
남자들과 접촉이 많은 병원에 여성이 취직을 하고 와즈다는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와즈다를 좋아하는 압둘라는 나중에 결혼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한다.
빨간 드레스를 입고 친척 결혼식에 참석하여 자신의 아름다움을 돋보이며 남편의 두 번째 결혼을 막고 싶었던 와즈다의 엄마는 아들을 낳으려고 두 번째 결혼을 하는 남편에게서 자신이 넘을 수 없는 벽을 본다. 드레스를 사는 대신 그 돈으로 와즈다에게 자전거를 사 주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격려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하이파 알 맨사우어 감독은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은 스스로 더 나아가야 하고 용기를 지니고 도전하면서 능력을 펼쳐야 하고 자신과 아이디어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녀가 용기를 내어 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할 때 거기서 변화는 시작된다.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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