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의 구제시장, 송림로 탐방

2014. 10. 28. 10:00동구역사문화소식

인천시 동구의 구제시장, 송림로 탐방


동구에 있는 도로 중 가장 긴 길이 송림로 인것같다. 배다리에서 송림로타리를 지나 현대시장 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길이 송림로다. 가장 동구다운 이름을 가진 도로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도로 주변이 정말 재미있다. 현대시장 쪽은 큰 시장을 끼고있어 번화하지만 배다리에서 송림로타리 사잇길은 조금은 어둡고 외져있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온갖 만물상들이 다 모여있는 이곳을 천천히 둘러보기로 했다.





일단 배다리에서 송림로타리쪽으로 방향을 틀어 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곳이 배다리 주물가게다. 커다란 무쇠솥과 맨홀뚜껑들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없는 물건이라 눈길이 더 간다. 무쇠솥을 팔아온지 55년이나 됐다는 이곳 주인장(오정신 씨)은 "아마도 무쇠로 만든 주물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는 전국에서 유일한 곳"일거라고 귀띔해 주신다.

요즘같은 불경기에는 2~3일 동안 물건을 한개도 못 팔때도 있지만 이 일이 천직인줄 알고 지금까지 살아오신 오랜 경험으로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면 또 경기가 살아나 그럭저럭 버틸수 있는 힘을 준다며 웃으신다. 장사가 되지 않아도 때를 기다릴줄 아는 갈관의 경지에 다다른 도인의 모습이 보인다. 





무쇠솥 가게 다음에 만나는 곳이 조개와 젓갈을 파는 가게다. 시장도 아닌 대로변에 각종 조개가 빨간 고무통에 담겨 있는 모습이 조금 생뚱맞고 우습다. 왠 조개? 딱 그 느낌이다.


바로 옆은 배다리보신원. 각종 건강재료들을 액체로 만들어 먹기 좋게 가공해 주는 곳이다. 이곳에서 엄마가 만들었던 건강음료의 절대강자는 개소주였다. 가족들이 몸이 허하다 싶으면 이곳에서 튼실한 식용개와 한약제를 넣어 중탕한 음료를 재조해 우리에게 반 강제로 먹였던 기억이 난다. 그 덕에 지금도 큰 병없이 무탈하게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만나는 가게가 지금은 이미 사라진 엘피판을 파는 형제레코드 가게다. 누군가에겐 한물간 구식물건이 이곳에서는 버젓이 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그리고 40년 전통을 자랑하는 천일양복점에서는 지금도 맞춤양복을 찾는 손님을 기다리며 문을 열어놓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서 만난 또 하나의 가게 '대영캐주얼'. 수제 맞춤신발을 파는 곳이다. 이곳 주인장께서 40년째 직접 이곳에서 신발을 만들고 계신다. 예전에는 근처에 수제화 가게가 몇몇 있었는데 이제는 유일하게 남은 곳이란다. 이곳도 이제는 오랜 단골들만 찾는, 아는 사람만 아는 가게가 됐다.


이 골목에서 만나는 가게들은 중고 가전제품과 중고 가구, 목재, 천막, 구제의류를 취급하는 곳부터 저렴한 음식을 파는 식당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 제품의 통일성을 찾을 수 없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오래된, 지금은 사라진 것들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가게 안에서 새롭게 쓰임을 기다리는 오래된 물건들을 보며 '우리도 배다리에서 송림로타리로 이어지는 이 길을 동대문 동묘 구제시장처럼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옛것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지속되고 있어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죽은(?) 도로 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더 새롭고 재미있는 길이 송림로 인것같다. 배다리 헌책방골목과 송림로를 연결해 동구만의 특색있는 거리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이동희 기자 bookma@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