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2014. 2. 26. 14:27동구역사문화소식

또 하나의 약속


병든 딸을 업고 슬픈 미소를 띤 평범한 아버지가 ‘절대 포기 안 해요. 아빠니까.’ 들려준다. 세상을 울린 아버지의 뜨거운 '또 하나의 약속'은 꽃다운 나이에 백혈병으로 죽어 간 딸과 한 약속이다.





이 영화는 삼성반도체에 근무한 지 20개월만에 백혈병 판정을 받고 투병 하다가 23살에 죽은 000씨 사건을 다룬 실화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은 부모님께 좋은 집을 사 드리고 동생 학비도 대 주고 싶어 지원한 회사에 합격을 한다. 큰 회사에 들어간 딸을 자랑스러워하던 택시 기사 아버지는 20개월 만에 병든 몸으로 돌아온 딸의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큰 회사의 열악한 작업 환경탓에 백혈병에 걸린 것은 아닐거라고 믿는 아버지는 회사직원이 퇴직을 하고 산재를 신청하지 않으면 4천만을 주겠다는 말에 지장을 찍어 서류를 건넨다. 그런데 딸과 같이 일을 하던 작업장에서 백혈병에 걸린 사람들이 계속 생겨나자 혼란스러워진다. 골수이식에 돈이 필요한 아버지에게 회사측은 약속한 금액 대신 5백만원을 조롱하듯이 내밀고  없는 형편에 그거라도 받으려는 아버지에게 딸은 받지 말라며 분노를 터트린다. 병이 악화된 딸은 병원으로 가던 중에  택시 뒷좌석에서 죽는다. 그리고 아버지는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긴 싸움을 시작된다. 혼자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이 일에 억울한 사람들이 회사를 상대로 싸우는 것을 도와 주는 노무사,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병에 걸린 사람들이 또 하나의 가족으로 모이면서 결국 회사를 상대로 한 재판을 한다.





영화속에는 회사를 자신의 몸보다 아꼈지만 결국은 백혈병에 걸린 팀장이 등장한다. 회사가 나를 위해 해 준 것이 더 많아서 회사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다던 그는 00 아빠에게 증인이 되어 줄 사람을 알려주어 000씨 소송에 힘을 보태준다. 


5백으로 회유하던 돈은 3억 5천 나중에는 10억으로까지 올라가고 죽은 딸의 남동생을 회사에 취직시켜 주며 사건을 무마하려는 회사의 횡포는 악랄하지만 가난한 아버지와 또 하나의 가족으로 모인 사람들은 돈보다 정의를 선택했다.





그리고 양심의 손을 잡은 사람들 덕분에 진실이 이겼다.  000 사건은 삼성반도체 노동자 직업병 최초의 사례로 남았고 다른 사람들도 회사를 상대로 싸움을 하고 있다. 제작과정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던 이 영화는 소수의 상영관에서 입소문으로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다. 

큰 회사에서 잘못할 리가 있겠는가? 영화속에서 여러 번 나오는 말이다. 그런데 큰 회사는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 배신감을 안겨 준 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을 무시하고 회사가 지키려는 것이 어리석은 것임을 영화는 잔잔한 감동속에 담아내고 있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회사의 비인간적인 행태에 침묵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저항은 그 어떤 승리보다 값지고 위대했다.


신은주 기자 muisim@naver.com


(사진출처 : 영화 '또 하나의 약속'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