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통의 송현한증막 체험기

2014. 2. 26. 14:41동구역사문화소식

80년 전통의 송현한증막 체험기


사실 우리끼리 얘기지만 인천 동구가 얼마나 깊은 전통과 역사를 가진 곳인가? 그리고 그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하지만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아닌,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래서 이번에 나도 몰랐던 우리 동네의 색다른 곳을 찾아 송현한증막 탐방길에 나섰다.


중앙약국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이 송현한증막이다. 하지만 간판만 보고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다. 아주 오래된 간판은 뒷골목 여관간판을 떠올리게 한다. 입구를 지나 조그만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조금 전 대로변과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헐~ 아직도 이런곳이 있다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것같다. 







눈앞에 내 기억속에서도 사라진, 아주 오래된 공중목욕탕 분위기가 흠씬 나는 탈의실 겸 휴식공간이 있다. 그리고 한가운데 이곳의 온기를 책임진 커다란 난로가 놓여있다. 사물함에는 열쇠도 없다. 서로 가족같은 사람들이 오는 곳이라 지금껏 한번도 물건을 잃어버린 적이 없단다.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년처럼 눈을 휘둥거리며 주변을 살폈다. 어찌할줄 모르는 나를 보고 일하시는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황토방 사용법을 알려주신다. 일제시대 만들어 졌다는 황토방은 아직도 나무를 뗄감으로 쓰는지 한켠에 나무 장작이 지붕까지 쌓여있다. 


일단 커다란 가마니 두 개를 겹쳐 몸에 두르고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닫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이고 가마솥같은 찜질방 안으로 들어갔다. 만든지 80년이나 됐다는 황토방은 아직 그 성능을 의심하지 않아도 될 만큼 쌩쌩(?)하다. 들어간지 5분이 채 되지않아 온몸에 땀이 줄줄 흐른다. 그리고 조금 뒤 너무 뜨거워 통으로 바비큐가 되는 건 아닌가 하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서늘한 공기속으로 나오니 살 것같다. 


가마속에서 벌겋게 익은 몸을 식히는 동안 서른 언저리에 이곳에 와서 지금은 70이 넘으셨다는 아주머니께 송현 한증막의 역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들의 평균연령은 70대란다. 미용사, 지압사, 음식 만드는 분들이 이곳에서 일하면서 단골들과 함께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분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찜질도 요령이 있어 한탕(한번 찜질하는 것을 탕이라고 한다)하고 나면 누워서 푹 쉬고, 다시 하면서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해야지 자주 들락거리면 쉽게 지치고 기운이 빠진다고 한다. 이곳에서 점심도 먹도 낮잠도 자면서 찜질방에서 몸을 지지고 나면 여기저기 욱신거리던 몸이 한결 가뿐해 진단다. 


오랜만에 땀 흘리며 찜질하고 식혜한잔 마시니 정말 온몸이 개운하다. 그리고 다음 코스~ 샤워. 샤워하는 곳도 박물관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곳이어서 약간 당황했다. 샤워기가 없어 바가지로 물을 떠 몸을 씻었다. ‘정말 아주 아주 오래된 곳이구나!’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너무 오래돼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을 것 같은 송현한증막. 젊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약간 불편하고 낮선 곳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을 다녀와서 조금 아쉽게 생각된 점은 그래도 젊은 사람들이 손쉽게 자주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탈의실과 샤워실이 조금은 환경적으로 개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아무튼 나도 몰랐던 우리동네의 새로운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찜질방 tip - 보통은 오전 9시부터 문을 여는데(사용료 7,000원) 그때는 황토방이 너무 뜨거워 오전 11시 이후에 오는 것이 좋단다. 11시쯤와서 이곳에서 점심을 시켜먹고(4,000원) 3탕정도 하고 가면 일주일이 가뿐하단다. 토요일 저녁은 밤새도록 올나잇. 바쁘신 분은 이곳에서 파마, 염색, 마사지도 가능하다. 지압 가능. 

(☎ 773-0952)


이동희 기자(bookma@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