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따라, 세월 따라 노상박물관 배다리 헌책방

2014. 6. 3. 11:05동구역사문화소식

길 따라, 세월 따라

노상박물관 배다리 헌책방


금곡로 헌책방은 항상 문을 연다. 매출이 한 푼 없어도 만족해하고, 책 손이 찾지 않아도 괜찮단다. 아마도 금전 때문에 책방 문을 연다기보다도 이들은 책을 좋아하고, 가난하나 공부하고 싶은 책손 때문에 차마 책방 문을 닫을 수 없었다. 


책꽂이마다 해묵은 수천 권이 헌책방을 천장까지 꽉 채웠다. 시렁에도 옛날 책이 빼곡하다. 모두 세월의 곱 때를 닦아내어 책손을 기다리게 한 배다리 헌책방 사람들의 손때 탄 책들이다.


한때 배다리는 40여개의 헌책방이 성업을 하였다. 우각로와 금곡로의 거리풍경은 동인천에 버금가는 번화가였다. 그 길을 따라서 구석구석 헌책방이 생겨나면서 책방거리가 형성되었다. 배다리 철교 아래는 인천에서 가장 큰 책방거리의 초입이고, 학생들과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길목이였다.





배다리 헌책방이 ‘아직도 있어’길손은 발걸음을 멈추고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다. 한 학년 올라가면서 교과서나 참고서를 되팔고 사는 헌책방의 추억은 참으로 많다. 새 책값을 받아서는 헌책을 사고 남는 돈은 용돈으로 쓴 기발한 사연도 있고, 잃어버린 책을 배다리 헌책방에서 찾아내고 가슴이 두 근반 세 금반 일렁이는 일도 있었고, 친구 책을 팔아먹고 부끄러워한 철부지의 미안함도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 그뿐이겠는가. 어려운 시절 책 한 두 권 슬쩍하는 좀도둑도 적지 않았다.


꽃이나 인생이나 필 때가 있으면 질 때가 있다. 산업화의 물결에 떠밀려 배다리 헌책방이 하나 둘씩 정리하고 금곡로를 떠나갔다. 우각로도 한산한 거리가 되었다. 하회탈 표정의 헌책방사람들은 세월의 무상함을 곱씹고 있다. 


하지만 배다리사람들은 헌책방거리가 인천의 명소가 된다고 믿는다, 주말마다 길손들이 찾아오고,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는 그런 시절. 그리고 방송국 드라마에도 배다리 헌책방이 등장하는 날을. 


배다리 헌책방, 우리가 지켜야 할 인천의 노상박물관이다.  


남장현 실버기자  beat0131@hanmail.net